느닷없이 거창한 주제의 원고를 의뢰받고 난감했던 것은 필자가 지닌 미래를 내다보는 함량 미달의 수준도 문제이거니와 한 시대를 특징짓는 예술의 형태는 '저절로 그렇게 된'것이 아닌, 개별 주체의 의지와 실천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볼 때 한 개인이 어떤 전망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무례한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응했던 것은 전망은 힘들어도 오늘의 미술이 지난 위상과 지점을 고찰해보는 가운데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른 또 다른 과제를 제시할 수 있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미술이라는 용어 자체가 향후 자취를 감추게/감추어야 할/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막연히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미술이라는 용어가 1..
1895년 영화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 영화는 하나의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어찌 보면 과학과 예술이 만난 장난감 같기도 했고,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의 수단이 등장한 것으로도 보였다. 그래서 당시에 영화를 '제7의 예술'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또 어떤 이들은 예술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이는 영화의 등장이 기존의 예술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져서 당시의 가치관으로 영화를 규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는 그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이끌어 갈 가장 중요한 예술로 성장하였는데, 그것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젊고 미래지향적인 특성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예술성이나 미학적 가치에 대한 논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영화만이..
그동안 다녀온 전시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무래도 서양미술 400년 전과 성곡 미술관에서 있었던 작은 사진전, 그리고 대영박물관 한국적이다. 그중에서 가장 전시가 잘 되어있고 만족스러웠던 전시회는 대영박물관 한국전인데, 서양 미술 400년 전처럼 배열이 엉망이어서 실망스럽지도 않았고 조금은 이른 시각에 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도 많지 않아 관람하기가 수월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를 대영박물관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개최했던 전시회였으며 한국에서도 세계 삼대 박물관 중 하나인 대영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전시하였다는 의미에서 그 가치가 큰 것이었는데, 지역적으로 5대양 6대주의 자료들이 골고루 포함되어있었고, 배치 또한 고대부터 근대까지 시간 순으로 되어있어 미술사의 흐..
카피라이터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카피라이터의 일상과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상세하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하길 바란다. 1. 카피라이터의 일상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기획회의가 자정이 될 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광고기획자(AE)와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AD)들은 여전히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고성이 오가다 적막이 흐르고, 또다시 목소리를 높일 때쯤, 오랜 회의에 지친 사람들을 다독거리듯,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주도로 광고 방향이 정리되어 간다. 기획회의에서의 불꽃 튀는 싸움은 어느 광고회사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다. 내가 광고라는 전쟁터에 빠져든 지도, 벌써 5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문창과를 졸업할 무렵,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