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 춤의 전망 1(시대정신, 탈식민주의의 정착)

21세기 한국 춤의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주제는 시대정신과 탈식민주의의 정착이 되겠다.

 

시대정신

 

21세기의 시대정신은 춤에 대해 호조건을 조성할 것이다. 문화가 경쟁력의 주류를 점하고 무엇보다 감성이 복권되는 시대 추세에 힘입어 문화와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춤의 효용성은 대폭 신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실현되려면 우리 춤의 직면했던 과제도 함께 해결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20세기 말까지 우리 춤은 양적으로 르네상스를 혁혁하게 달성한 반면 질적 개선의 문제는 21세기의 과제로 넘겨야 하였다. 이런 대조적 양상은 춤뿐만 아니라 20세기 한국 문화 예술의 각 분야가 공통적으로 노정하였고, 20세기는 전체적으로 보아 한국 문화 예술에 대해 환란의 시대이기도 하였다. 이런 환란 상황에서도 춤은 대학이라는 교육기구와 국공립 무용단이라는 공연 기관과 같이 예술성과 사회적 책무를 실현할 제도와 기구를 어느 나라에 못지않게 갖추어 자구책을 모색하였으나 결과는 미흡하였다. 20세기에 한국 춤은 문화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근접하고 춤의 가치를 대사회적으로 환기하는 데 머물렀으나, 새 세기에는 춤의 존재 이유를 명실상부하게 실증해 보이는 정신이 필요하다.

 

 

탈식민주의의 정착

 

춤에서 물량 규모의 성장은 기본 토대 확충의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가증되었던 고속 성장의 폐단은 춤에서도 재연되었다. 무용학과와 국공립 무용단의 급속한 증설, 지원 기금의 증액, 공연 횟수의 팽창, 문예회관의 증설에서 우리는 예외 없이 순기능에 못지않은 역기능을 경험하였다. 20세기에 우리 춤이 질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이러한 역기능이 누적된 것과 관련이 깊다. 전세기에 겪었던 폐단은 21세기에 우리 춤이 도약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될 것이 틀림없고, 21세기 한국 춤을 위해 우선 주력해야 할 일은 춤계의 역량이 만개하도록 제도와 기구 관행부터 합리성을 체질화하도록 손질하는 작업이다. 이런 재정지 작업이 수반될 때 새 세기가 춤에 선사하는 호조건은 한국에서 호조건으로 살아날 것이다.

20세기가 저물어 가던 1990년대에 한국 춤은 한국 무용과 현대 무용과 현대 무용 사이의 대척 관계가 완화되면서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의 3분법이 일단정지하는 변화를 겪었고, 이런 현상은 새 세기에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견 중심을 상한 변동으로 비치는 장르 해체 현상은 역설적으로 우리 춤이 문화 환란을 딛고 치유되는 와중에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외래 예술 관념과 춤 사조의 이식이 주도하였던 그 한 세기 동안 한국 춤은 서구 춤에 대한 열등의식과 모방 풍조, 토착적 방법론의 개발, 춤과 생활의 유리 등등 식민지 문화가 감수해야 했던 혼돈을 거듭하였다. 세기말에 진척된 장르 해체는 그러므로 우리 춤이 장르를 불문하고 특히 현대화를 서구화와 동일시하던 오류를 털어버리고 서구와 대등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질적 상승을 꾀할 것을 예상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21세기 초반에 우리 춤은 창작 과정에서 탈식민주의적 관점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탈식민주의 시대는 식민주의 시대와는 환경이 같이 않다. 국가 간 · 민족 간 적대적 대립이 급박한 현안으로 비등하던 시기에는 강한 외세와 외래문화에 대해 국수적 방어가 유효한 전략일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탈식민주의는 표면적으로는 각 민족 · 국가 단위 사이의 물리적 평등과 자결이 전제되고 국경선의 존재가 약화하면서 전지구 차원에서 다원주의가 대두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세계 체제 속에서 한국 춤이 타문화권의 춤과 공존하는 것은 21세기의 대의이기도 하다.

또한 탈 식민주의 시대의 문화 예술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성과 독자성을 도시에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편성되고 있다. 여기서 인류 사회의 가치와 춤 예술의 본성을 구현하는 정도가 보편성의 척도라면, 독자성은 민족적 고유성을 의미한다. 서구 문명의 과학기술, 자유 시장원리, 자유민주주의가 보편화되면서 함께 보편화된 서구의 미학적 원리에 의해 가리어졌던 우리 춤의 독자적 원리와 특징은 새 세기에 진전될 세계 춤 문화의 다극화와 발맞추어 새삼 실제화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스스로 우리 춤의 고유성을 규명하고 그 보편적 가치를 지역주의에 바탕을 두면서 국내외 현장에서 입증해 내는 노력 없이는 세계 참 다극화에 동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