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영화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 영화는 하나의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어찌 보면 과학과 예술이 만난 장난감 같기도 했고,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의 수단이 등장한 것으로도 보였다. 그래서 당시에 영화를 '제7의 예술'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또 어떤 이들은 예술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이는 영화의 등장이 기존의 예술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져서 당시의 가치관으로 영화를 규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는 그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이끌어 갈 가장 중요한 예술로 성장하였는데, 그것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젊고 미래지향적인 특성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예술성이나 미학적 가치에 대한 논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일 것이다. 영화는 필름을 대량 복제하여 동시에 많은 극장에서 적은 돈을 내고 같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예술보다 폭넓은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소수의 구족들만 즐기던 예술에서 누구나 같이 보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예술로서 영화가 등장하였다는 점은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영화의 이런 민주적이며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적 특성은 오늘날 TV와 인터넷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혹자는 영화와 TV 프로그램, 비디오 작품, 디지털 매체를 통한 영상작품 등을 구별하며, 서로 다른 매체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21세기에 들어서며 이미 그러한 구분은 무의미해졌고 넓은 의미에서 영상작품으로 통합되며 그 영역을 더욱 넓혀 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21세기의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미리 전망해보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더욱 열린 마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영화의 미래는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발전해 가는 디지털 영상기술만큼이나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완벽하게 그려낼 수는 없겠지만, 큰 방향에서 기술적인 흐름과 그로 인한 사회, 문화적 변화를 전망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21세기의 영화는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가 결합되면서 더 이상 매체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것이고, 현재와 같은 상업적인 극장과 홈씨어터를 통한 개인적인 감상의 구분이나 혹은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더욱 다양한 경향과 표현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현재의 극장에서는 여전히 35mm 필름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제작도 필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 편집과 녹음, 특수 시각효과 등의 포스트 프로덕션에서는 대부분의 공정이 디지털로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영화와 방송 드라마는 서로 촬영하는 매체도 달랐고 제작하는 방식도 서로 달랐다. 하지만 이제는 HDTV의 등장으로 방송도 영화와 같은 고화질과 그에 걸맞은 제작방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매체에 따라 영화와 방송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심지어 <반지의 제왕>같이 거의 모든 공정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영화가 등장하게 되면서 영화는 필름, TV는 비디오라는 구분은 완전히 무의미해졌다. 이제는 단지 필요에 의해 영화든 방송이든 필름, 비디오 등의 매체를 자유롭게 사용할 것이며, 그러한 기술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욱 높은 수준의 화질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화질의 수준이 높아져서 역설적으로 과거 필름만 쓰던 시절의 기술적 수준이 다시 요구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방송과 촬영에 대한 섬세한 기술이 앞선 영화의 필연적인 교류와 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게다가 만들어진 영화는 더 이상 영화라는 한정된 틀에만 머물지 않고 가공되어 게임, 방송, 인터넷 영화 심지어는 모바일 영화로도 활용될 정도로 다양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의 내용이나 형식도 이러한 변화에 맞게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반지의 제왕>처럼 영화와 게임이 동시에 가능한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화산고>처럼 만화적 발상에 의한 인물과 연기의 설정이 이루어지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화들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상영도 필름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디지털 프로젝터에 의해 이루어지는 디지털 시네마의 영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영화의 민주적 접근성이 더욱 넓혀 이제는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대규모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상업적 영화에는 더욱 고가의 장비가 쓰이고 아주 높은 기술적 수준이 요구되면서 개인 장비와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지만, 예술적인 영역이나 미디어적인 측면에서는 전문가와 아마추어라는 경계는 매우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자신의 디지털 영상장비를 이용해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보여줄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질적인 수준 또한 과거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장르의 탄생과 함께 표현의 방법 또한 무한대로 호가장 시키면서 기존의 미학을 뛰어넘는 새로운 작업들이 등장하게 만들고 있고 또한 누구나 영화감독, 영상작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영화는 더욱 다양하고 활발하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과거 TV가 등장했을 때 영화는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된 것처럼 인터넷과 디지털의 발전은 영화의 미래를 한층 더 폭넓고 다양하게, 그리고 모두가 참여하는 매체로 발전시킬 것이다. 20세기에도 영화는 젊은 예술이었지만 21세기에도 디지털 영상과 함께 영화는 더욱 젊어지는 예술이 될 것이다.
21세기 영화를 주도하는 영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확고한 예술적 창의성을 갖추고 전문성을 더욱 확보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영상매체를 다룰 줄 아는 상황에서 나만의 장점을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날이 발전되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습득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전문적 역량을 바탕으로 자신의 예술 의지를 접목시킨다면 훌륭한 예술적 성과를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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